이커머스 셀러에게 "미국 어디에서 팔 건가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전국이요"라고 답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동부와 서부 사이 시차만 3시간, 대륙 횡단에 트럭으로 닷새가 걸리는 시장입니다. '전국 판매'는 목표일 수 있어도 시작점은 될 수 없어요.
이 글에서는 최신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에 처음 진출하는 K-브랜드가 어떤 지역에서 시작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확장해 나가야 하는지를 정리했습니다.
미국 내륙 운송비, 생각보다 무겁습니다

미국 시장은 '한 지역 집중 공략'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국토 면적이 한반도의 약 45배에 달하고, 내륙 배송비가 거리에 따라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에요.
미국 배송사들은 'Zone' 시스템으로 요금을 책정합니다. 출발지에서 멀어질수록 Zone 숫자가 올라가고, 비용도 함께 뜁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같은 주 내 LA 코리아타운까지는 약 13달러지만, 동부 뉴욕까지 보내면 24달러 이상으로 뛰어요. 거리가 멀어질수록 58% 이상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죠.
상품가가 낮을수록 배송비 민감도는 더 커집니다. 1만 원짜리 상품에 3만 원 배송비를 붙일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주요 소비 지역 인근의 항만과 물류 거점을 활용해야 합니다.
서부·남부·동부, 지역별 전략이 달라야 합니다
1. 서부: 여전히 첫 진출지의 정석

2024년 말 기준, 미국 내 재외동포 약 255만 명 중 캘리포니아에만 약 57만 명이 거주합니다. 미국 전체 한인의 약 22%가 한 주에 모여 있는 셈이에요.
한인뿐 아니라 K-컬처에 익숙한 '대한미국인'도 서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LA, 샌프란시스코, 시애틀은 K-팝 콘서트가 가장 자주 열리는 도시이기도 하죠.
서부의 강점은 검증된 소비층과 인프라입니다. 미국 최대 아시안 마트 체인 H Mart는 현재 18개 주에서 1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인데, 캘리포니아에만 20개 가까운 매장이 있어요. 2026년에는 프리몬트에 미국 최대 규모(약 1만 평방피트)의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2. 남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텍사스 한인 인구는 전년 대비 11.38% 증가한 약 14.5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뉴욕(약14.7만 명)과의 격차는 이제 2,500명 남짓에 불과해요. 조지아 역시 꾸준히 한인 인구가 유입되고 있습니다.
남부가 주목받는 이유는 한인 이주만이 아닙니다. 한국 대기업들의 투자가 집중되면서 '코리안 벨트'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현대차, SK온, LG에너지솔루션, 한화솔루션 등이 조지아에 진출했고, 대기업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만 300개 이상이 텍사스·조지아·앨라배마 일대에 자리 잡았습니다. 지난 10년간 조지아에 투자된 한국 자본만 약 31조 원에 달합니다. 실제로 2023년 한국은 미국의 최대 투자국에 오르기도 했어요.
K-푸드 소비도 활발합니다. BBQ는 현재 미국 33개 주에 250개 이상 매장을 운영 중인데, 텍사스가 핵심 거점 중 하나예요. CJ푸드빌의 뚜레쥬르도 2025년 조지아주에 연간 1억 개 생산 규모의 신공장을 완공하고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남부의 또 다른 장점은 서부와의 연결성입니다. 서부 항만을 통해 상품을 들여온 뒤, 내륙 화물열차나 트럭으로 남부까지 연결하면 동부보다 훨씬 효율적인 물류 동선을 만들 수 있어요.
3. 동부: 별도 거점이 필요한 시장
뉴욕, 뉴저지를 중심으로 한 동부는 여전히 중요한 시장입니다. 다만 서부에서 동부까지 상품을 옮기려면 대륙 전체를 횡단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 모두 부담이 큽니다.
동부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려면 서부와 동시에 동부에도 수출입 거점을 마련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물론 사무실, 물류센터, 인력을 이중으로 운영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최대 4시간의 시차로 인한 커뮤니케이션 이슈도 고려해야 해요.
서부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 K-브랜드 미국진출 성공사례
🍞 뚜레쥬르: 7년 연속 흑자, 미국 공장까지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2004년 LA에 1호점을 열며 미국에 진출했습니다. 2018년 흑자 전환 이후 7년 연속 실적을 개선하며, 2024년에는 미국 법인 매출 1,373억 원(전년 대비 30% 증가)을 기록했어요. 현재 미국 28개 주에서 약 170~190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2030년까지 1,000개 매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뚜레쥬르의 성장 배경에는 현지 생산 인프라가 있습니다. 2025년 1월, 조지아주 게인스빌에 연간 1억 개 이상의 냉동 생지와 케이크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완공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어요. 물류비 절감과 함께 동남부 전역으로 유통망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겁니다.
🍗 BBQ: 미국 외식 프랜차이즈 TOP 500 진입

제너시스BBQ는 2007년 뉴욕 맨해튼 32번가에 1호점을 열었습니다. 현재 미국 33개 주에서 25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며, 2025년에는 100개 매장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에요. 2024년 해외 소비자 매출 4,000억 원 중 75%가 미국에서 발생했습니다.
BBQ는 '2025 미국 외식 프랜차이즈 TOP 500'에서 180위에 올랐고, 미국 외식업협회(NRA)의 '2025년 핫 푸드 트렌드' 조사에서도 한식 분야 대표 브랜드로 선정됐어요. 프라이드치킨 중심이었던 미국 시장에서 '한국식 양념치킨'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결국 미국 시장은 한 지역을 발판 삼아 점차 넓혀가는 전략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서부는 검증된 첫 진출지이자 확장 거점으로, 남부는 한국 기업 투자와 함께 빠르게 성장하는 차세대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어요.
중요한 건 '전국 단위'가 아닌 '핵심 지역 단위'에서 성공 경험을 쌓아가며 물류·유통 전략을 최적화하는 일입니다. 처음부터 전국을 노리기보다, 한 지역에서 확실한 성과를 만든 뒤 인접 지역으로 확장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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